프롤로그
야심한 밤의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숲의 깊은곳, 두 남매가 쫓기는 중이었다.
이유? 어렵지 않다. 부모의 빚.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겐 버거운 거액의 채무가 지금 이 아이들 뛰게 만드는 것이었다.
2년전, 양쪽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남은 재산하며 가진 집마저 그들을 쫓는 이들이 채무이행으로 앗아가 버렸다.
그 상황을 정면으로 맏닿아 들이닥친 것은 두남매 중 맏이인 오라비, '현경'이었다.
부모도 없이 험난한 세상에 내동댕이 쳐져 버린 순간부터 순진했던 현경의 인생은 매사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강렬한 기억으로 첨칠되어 각인되어 버렸다. 그러나 쫓는 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성이차지 않는 다는듯 악착같이 두남매를 괴롭혔고 오라비인 현경은 어린 나이에 그들에게 휘둘리며 지켜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그들을 감당하며 돈을 벌기 위해 이용 당하며 갖을 수탈을 당해왔다.
그 끝에 그들이 결국 그의 어렸던 여동생에게마저 손길을 뻗을 것을 예감한 현경은 갓 12살에 접어든 5살 어린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당하게 될 험한 꼴만큼은 면하고자, 그녀를 데리고 사채업자들의 감시망을 피해 도망치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이지 악랄하기 짝이 없고 추잡하기가 이를 때 없었다.
기어코 그들을 쫓아온 남자들과 그들로부토 도망친 남매의 쫓고 도망치는 관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려 3일간이나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었다.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두남매의 도주는 어설프기 그지 없었고, 매우 미흡하였다. 처음 이틀 반은 도시와 변두리를 오가며 버텼지만, 마지막 반나절 동안 깊은 숲속을 헤매며 도망치다가 결국 이곳까지 몰렸다. 남매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고 춥고 배고프고 미래따윈 없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이조차도 이곳으로 도망칠수 있었던 것은 적들이 방심하고 있었던 덕분. 초반의 그 방심조차 곧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쫓길 임하자 그들의 추적은 바로 남매의 지척에 이르기까지 쫓아온 상황이었다.
이대로 그들을 따돌리지 못 한다면, 남매는 꼼짝없이 붙잡히고 말 것이고. 결국, 오라비는 매질을 당해 맞아 죽고, 여동생은 어디 알지 못할 오지에 팔려가 비참한 인생을 살다 죽게 될 것이다.
현경은 이 상황을 모른채 젖먹된 힘을 다해 여동생의 손을 붙잡고 달린다.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끔찍 가정을 부정하며.그렇게 속으로 다시한번 지키고자 하는 각오를 다짐을 내리며 한손에 붙잡은 여동생의 손을 꽉 쥐었다.
그때 그의 쥐었던 손길이 간절한 마음만큼이나 강렬했던 나머지 여동생이 고통스러워하며 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쳐 넘어지고 말았다.
"꺄악!"
순간 걸음을 놓쳤다 뒤를 돌아 본 현경은 딱 세 걸음치 떨어져 있던 동생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는 사뭇 당혹스런 표정으로 미안함과 걱정을 담은 투로 물었다.
"괜찮아? 더 달릴 수 있겠어?"
그러나 여동생은 고통과 서러움을 참을 수 없겠는지 곧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현경은 보란듯이 우렁찬 울음소리에 아차 싶은 감정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조급한 마음 탓에 동생을 너무 혹사시켰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이제 곧 한참 민감할 시기의 아이다. 그래도 평소같으면 넘어져도 곧장 바로 다시 일어설만큼 여동생은 씩씩했었다. 하지만, 3일간의 고된 도피 생활에 지칠만큼 지친것일 게다. 아마 그것이 이번에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다.
그는 무력한 스스로를 탓했다.
"미안해... 오빠가 미안해... 하지만 조금만 더 힘내자. 오빠가 나중에 다 사과할테니까. 조금 더 참아 줘, 부탁이야."
그리 말하는 현경의 목소리엔 간절함과 애처로움이 담겨있었다.
애를써서 강한 척 하는 현경도 사실 이미 한계에 다다른지 오래다. 그래도 그는 자신은 오라비니까 하며 억지로 더 참아보려 하는 중이었다.
여동생은 그 간절함이 느껴지는 말에 오라비도 함께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오라비의 손을 쎄게 붙잡고 힘차게 일어섰다.
그녀는 단단히 표정을 움켜쥐고 선 얼굴로 현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현경은 여동생의 손을 다신 놓지 않겠다는 듯이 굳세게 잡았다. 다만 이번엔 그 속에 사랑하는 동생에 대한 다정함 또한 깃들어 있어 동생은 단 한줌의 아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남매는 거친 숲 속을 헤치며 다시한번 달려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현경의 눈에 멀지 않은 곳에 숲이 끝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현경의 볼을 빨갛게 달아올렸다.
애초에 그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비록 마땅한 연고지도 마련된 은신처도 없는 가난뱅이지만, 기억 속에 간직한 소중한 추억의 장소 하나는 존재했다. 다만 그곳마저도 그의 것은 아니었다. 그곳은 생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삼촌의 소유의 별장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들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현경은 가는 길부터 있는 곳까지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곳이라면, 아버지와 관련이 없어 놈들도 찾기 어려울 것이고, 삼촌도 잘 쓰지 않고 방치해 두는 곳이라 오랫동안 숨어있기엔 딱 좋을 것이다. 하물며 그곳에 보존식이 보관되어 있던 것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것이 과연 아직까지 먹을 만한 것인가가 관건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 산지주변에 강가와 나무열매 버섯하고 산짐승이 많이 있어 여차하면 사냥을 해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련한 추억 속의 별장이, 저 숲이 끝나면 있는 공터 너머에 있다.
그렇게 곧장 달려가 남매는 숲을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현경은 곧바로 뒤에 있던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막대기를 만들었다.
그의 눈빛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격하게 흔들렸고, 막대기는 긴장감에 쉴새없이 흔들렸다.
여동생은 놀람과 공포에 질린 채 가장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오라비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현경은 정말로 믿겨지지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의 어렴풋한 질문에 흉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검은 양복의 야수들이 답했다.
"이야~ 꼬맹이. 여기까지 도망치느라 고생이 많어?"
험상 굳은 얼굴에 사선을 흉터로 긋고 있는 남자, 그는 허달수.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자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뭐, 별건 아니고,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걸, 세상이 네게 다시한번 깨우치게 만든 거다. 우리가 이곳을 어떻게 알았겠어?"
현경, 그의 마음 속 깊이 '공포'로서 각인 된 존재. 그 이름조차 알아낼 수 없었던 검은야수라 불리는 자였다.
"...설마."
현경은 검은야수의 말에 짐작되는 것이 떠올랐는지 안색이 파래졌다. 검은야수는 현경이 딱 알아 맞추었단 듯이 더욱 흉악하게 입을 찟었다.
"...그래. 너희가 마지막까지 믿고 있던 '삼촌'이, 너희를 밀고했다."
"너희들...! 그분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어라? 왠 남 걱정? 별 거 안 했어. 강냉이 한번 털어주고, 연채된 이자 몇푼 탕감해 줬을 뿐이라고."
현경은, 하마터면 힘이 빠진 탓에 주저앉을 뻔 했다. 허달수의 말은 곧 마지막까지 믿고 있던 어른마저 결국 자신들을 배신하였다, 라는 것을 뜻했다.
도대체가, 어른이란 것들은 어찌 이리도 믿을 놈 하나 없는 건가?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들어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 뜯고 놓아주지 않는 저 짐승들이.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서로 다투기만 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이혼한 끝에 빛을 떠넘기고 죽어버린 부모란 자식들이.
무엇보다...
진정 마지막 하나 남은 소중한 존재인 여동생을 지켜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안 된다.
이 아이만큼은 지켜야 한다.
반드시, 절대로.
뭐라도 좋다. 뭐든 일어나줘! 누구든 좋다. 와서, 날 데려가도 좋다. 날 데려가서 죽이든 되살리든 마음 가는대로 괴롭혀라! 그러니까 그 대가로,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누구든 좋으니...! 내 여동생을 도와줘...!'
그는 질끈 눈을 감으며 소원을 빌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그가 눈을 떴을 떄 그의 눈은 이미 죽은 자의 것을 하고 있었다.
채무업을 다년간 해오며 수많은 이들을 괴롭혀온 검은야수는 허심탄회한 비소를 지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생을 포기한 자의 눈빛을 구별해 낼 수 있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옥에 떨어뜨려 오며 닦은 저주받을 안목이었다.
아마 죽어서 지옥으로 떨어질 이는 다름 아니라 그이리라.
그는 이제까지 꽤나 골치가 아팠던 채무업 하나가 결착이 났다는 것을 현경의 눈을 보자 그 즉시 깨달았다.
그의 판단으로 현경은 이미 삶을 포기해 버렸다.
무엇보다 눈이 죽어 버렸다. 눈은 영혼을 들어내는 창. 그는 그런 눈을 한 자들을 산채로 죽은 사람이라 불러왔다. 바로 지금의 현경이 그렇다. 그의 경험상 눈이 죽어버린 자가 더 이상 저항했던 일은 없었다.
추후에, 되살아날 계기가 있다면 또 모를까. 허나 상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그건 그렇고 현경이란 어린 놈은 어린자식치곤 참 끈질긴 자식이었다. 솔직히 어디까지 버텨줄까 기대감이 들 정도로. 때리고 어르고 달래는 소리에도 순순한적 한번 없이 철저히 자기 동생을 지켜온 천하의 독종 자식이 그가 아는 현경이란 놈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나. 결국 17살 짜리 사회 초년에도 못 들어선 애송이일 뿐이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동생을 팔지 않고 지켜온 것이 용하다. 오죽했으면 이런 깊은 산까지 도망쳐 왔겠나. 때론 그 갸륵한 정성이 수고스럽다 못해 응원하는 맘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이젠 정말로 끝. 말했듯이 이 사태는 고작 어린 놈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고역을 기적적으로 버텨왔었겠지만, 이 앞으로의 고통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포기함으로써 적응해 버린다면 편해질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사람 마음이란 것이다.
...사실 아무렴 어떻겠냐 싶다.
포기 못한다 하면 저렇게 반항하는 것도 그로썬 딱히 나쁠 것 없다. 약간 귀찮긴 하지만 어른의 높으신 아량으로 충분히 이해해 준다. 그래도 무리인 건 결국 변하지 않으니.
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애들아. 상냥하게 거두어 주라. 우리 경이는 잘 묻어 주고."
차라리 죽어도 지금 죽는 것이 현경도 고통이 덜 할 것이라는 사내의 생각. 이것은 그에게 남은 최소한의 자비였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남매를 향해 다가갔다. 현경은 실로 끈질긴 놈이었지만, 설마 더는 저항하지 않겠다 싶은지 상당히 여유만만한 움직임들이었다.
검은야수는 반쯤 돌아서서 씁쓸한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그 다음 그는 입이 쓴건지 담배가 쓴건지 모를 연기를 내뱉었다.
그는 내쉬면서 뭔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슬쩍 든김에 눈을 흘기며 현경을 흘깃하며 바라봤다.
순간, 숨을 헛들이켜 튕겨 뱉어진 입바람 탓에 담배가 퉁하고 나가 떨어졌다.
선글라스가 삐뚤게 흘려내려 보인 그의 눈빛은 황당한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경의 순간적인 변화를 깨닫고 즉시 소리쳤다.
"아그들아 조심해라, 그 놈 아직 안 죽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외침에 반응할 수 없었던 사내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경이 눈을 빛낸다.
어릴 적 상황이 이렇게 되기 전의 평범한 가정의 생활을 지내는 와중에도, 그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이답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난 어딘가가 확연히 남들과 다른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라는 자각. 그것이 의기로움인 것인지, 만용인지 재치인지 알 수는 없다.
지금은 그것이 공포의 대상인 검은야수에게 맞설 수 있는 그의 최후의 발악이였다.
검은야수의 외침은 오히려 검은 사내들에겐 악수였다. 그것은 반대로 현경이 비집고 들어 갈 틈을 만들어 주었다.
현경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숲을 빠져나오며 부러뜨렸던 나뭇가지를 마치 무기인 양 고쳐 잡고, 가장 가까이 다가오던 사내를 향해 겨누었다. 사내들은 순간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나뭇가지 하나 들고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려는 모습이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검은야수의 경고가 있었지만, 눈앞의 앳된 소년의 모습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바로 그 찰나, 사내들이 비웃으며 방심한 틈이었다. 현경은 나뭇가지를 든 손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재빨리 품속으로 다른 손을 넣어 숨겨둔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가장 앞에 있던 사내를 향해 휘둘렀다.
급작스러운 움직임과 번뜩이는 섬광. 앞선 나뭇가지 견제에 잠시 방심했던 사내는 현경의 저돌적인 몸놀림과 예상치 못한 진짜 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사내의 몸을 가른 것은 날카로운 쇠붙이의 감촉. 주변의 다른 사내들도 으스스한 빛을 번뜩이며 허공을 가른 물체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상당히 위협적인 빛을 발산하며 횡을 그린 그것은 바로 흉기. 제아무리 조폭들이라도 함부로 휘둘렀다간 제명을 깎아먹을 수 있는 양날검이 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무기.
현경의 손에 쥐어진 것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한 자루의 나이프였다.
촤아아악!
순식간이었다. 현경의 나이프는 가장 선두에 있던 조폭의 흉부를 단숨에 갈라버렸다.
분수처럼 쏘아쳐 나오는 피분수. 조폭들은 설마 17살 짜리 어린 놈이 나이프를 들고 휘둘를 줄은 꿈에서도 예상치 못했기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경의 다음 노림수로 이어졌다.
'절대! 이렇게 끝날 순 없어! 내가 죽으면 그 누구도 여동생을 지켜줄 사람이 남아있지 않아!'
현경은 자신이 나이프로 벤 조폭을 뒤로 돌며 뒷발로 차 날려 버렸다. 조폭은 흉부가 베인 상태로 복부를 걷어 차이는 바람에 더 크게 상처가 터져 나와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으아아악! 우어! 우억!! 피.피.피.피이이이! 살려줘! 제발 살려줘~!!"
그가 다른 조폭들의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어 줬다. 다른 조폭들도 덩달아 혼란감을 느끼며 다친 조폭을 도와주진 않고 그저 멀어질 뿐이었다.
검은야수는 그 상황을 보곤 입엔 문 연초를 씹어 끊어 뱉어냈다.
"개자식! 얕은 수를 쓰다니...! 야이 연놈들아! 칼밥 먹고 사는 자식들이 어린 놈한테 피 한번 봤다고 쫄아있기야! 정신차려!"
그는 현경이 조폭들의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조폭들을 진정시켰다. 그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조폭들은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현경이 있던 쪽을 주시하려 했다.
"도, 도망쳤다! 그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쫒아!"
그들의 혼란을 가중시켜 어느새 다시 숲 속으로 숨어든 현경과 그의 여동생. 조폭들은 이전보다 더욱 분노를 불태우며 그들을 쫒아 숲으로 들어갔다.
검은 야수는 상처입은 조폭이 쓰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사, 살려줘요.. 형님. 뭐든 시키는대로 다 하겠습니다..."
"뭐 이런 병신같은 놈을 다 봤나. 겨우 17살 먹은 애새끼한테 칼빵 맞아 놓고 뭐? 살려줘? 지랄하고 쳐 자빠졌네. 넌 그냥 거기서 뒤지는 우리 액면가를 살려주는 거다. 다른 놈들도 똑같이 생각할 테니 닥치고 뒤져."
검은 야수는 그대로 다친 조폭을 방치한 채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혀, 형님... 이, 이, 이 개자식아아---!"
그의 비명을 뒤로 한채 검은 야수는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이 현경의 마지막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