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투바의 숲.

겉보기엔 평화로운 녹음이 우거진 곳.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곳은 통제되지 않은 생명력이 뒤틀린 괴물들을 토해내는, 저주받은 땅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평화로운 지옥 위로 불길한 징조가 드리우고 있었다.

태양이 저무는 시각. 노을에 물든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검은 태양. 허공의 한쪽을 꿰차고 돌연히 나타난 검은 구체였다.

꺼림칙한 빛을 내는 그것은 마치 지평선에 저무는 태양과 겹쳐지며, 태양이 지고 검은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착시감을 주었다.

그 직후───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삼켜지는 찰나, 마치 하늘과 땅이 숨결을 나누는 듯한 그 순환선 위로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을 곡선으로 땅으로 평행선으로. 반원의 검은 빛이 주변의 공간을 무참하게 일그러트리며 하늘을 동요시킨다.

태양은 지고───, 검은 태양이 떠오른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듯, 불길한 예감을 온 세상에 퍼뜨렸다. 그 정도로 안 좋은 예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반월은 크기를 늘리면서 붕 뜬 듯 잠시 원형을 그리며, 완전하게 원의 형태를 이루는 그때!

───돌연 검은 태양이 곧장 땅으로 맹렬히 추락해 버렸다!

우주에서 흘러온 운석이 낙하하는 듯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추락한 그 검은 구체는───그 땅에 거대한 충격을 주어 구체의 수 백배는 될 법한 구덩이를 만들어낸다.

투바의 숲. 바로 그 비정상적인 생명력을 모태 삼아 강력한 힘을 키워온 몬스터들이 잠들어 있던 곳. 그곳에 벌어진 이 갑작스러운 사태는───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인 악마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눈을 뜬다. 단지 그 육신을 가누는 것만으로도 재앙 그 자체인 몬스터가. 활보한다. 수많은 팔을 지니고 한팔에 담긴 힘만으로 산을 집어 던지는 몬스터가. 꿈틀댄다. 살갖을 녹이고 바위를 녹이고 강철을 녹여버리는 맹독을 품은 몬스터가────.

단 한 마리만 영지에 나타나도 대재앙을 초래할 '몬스터 오브 몬스터'들이 대진격을 시작한다.

각기 영역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의 엄청난 힘을 익히 알고 있어 만남을 기피하던 그 몬스터들이 한 곳을 목표로 동시에 향하고 있는 것이다!

투바의 숲에 떨어진 검은 태양, 그 구체에서 미동이 일어난다. 치지직 거리는 스파크를 동반하며 검은 안개를 피워올리고, 매끄럽고 둥근 표면에 균열을 일으킨다.

쩍쩍 갈리는 표면을 통해 불그스름한 빛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푸슉!

갈라진 표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무언가...!

그것은───날카로운 발톱과 갈고리가 달린 무언가의 앞발이었다.

그 시각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갈리고, 꿈틀대고, 찢기고, 터지고, 합쳐지고, 뒤엉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움과 본능적인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변형이────.

쿠어어어어어어!

콰르르르르ㅡ!

세르르르륵ㅡㅡ!

그 물체가 떨어진 구덩이에 가까워 짐으로써, 서로의 기운을 느낀 '몬스터 오브 몬스터'들. 그들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에 경고의 울부짖음을 터트린다. 마치 저 구덩이 속의 무엇인가는 자신의 것이라 외치는 듯한 그 울음소리들에, 애꿎은 약자들만이 물러난다.

그리고 어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들은 육중한 몸집을 이끌며 서로를 향해 격돌한다. 그 순간,

───부활!

기어코 부활하고야 말았다.

투바의 사기가 드리운 대지를 물리고, 태고의 알마냥 그 자리에 틀어박힌 검은 구체. 동작을 멈춘 것같이 미동을 하지 않고 있다, 는 생각을 밀치고, 그것은 순식간에 변형을 이루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진 구체였음에도─

─팔을 뻗고, ──발을 디디고, ───꼬리를 활개친다.

분명 저 앞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음에 분명한 그 변형은 누군가들의 인지를 초월하면서 천천히ㅡ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변형하고 있던 것이다.

거기서 더욱 천천히─ 이를 갈고, 앞발을 내딛으며, 육안을 번뜩인다.

걸으며, 순간 모습을 감추듯 사라지며, 걸었다.

빠르게, 걸었다!

푸, ──────슉!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해서 너무나도 빠르게, 그것은 이루어졌다.

───산만한 몸집을 지닌 그 거대한 몬스터가 일순에 몸의 절반을 잃고 피분수를 터트리며 쓰러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한날한시, 같은 공간에서 치고받고 싸우며 격전을 벌이던 두 몬스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과 대등히 싸우던 적이 일순에 저 지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누가 했는지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눈 깜짝할 사이.

두 몬스터는 서로가 상대를 견제하며, 동시에 주변을 경계한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온다. 동급의 적을 순식간에 없애버리는 강대한 적이─── 주변에 숨어있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또 다시 그것은 벌어진다.

몸이 갈라지고, 무수히 두 동강 나며, 한 마리의 몬스터가 힘 없이 형체를 잃어버리고 무너져 내린다. 죽고 썩어 쓰러진 나무가 진흙들과 뒤섞인 더러운 대지에 그 육편을 흩뿌린다.

그러나 그것은 징조조차 아니었다.

쿠───어어엉!!!

하늘과 땅을 동시에 뒤흔드는 거대한 파동이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는 그 순간에는 그 누구도 감히 전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최초로! 최후로, 감격에 온몸을 비롯해 파괴의 환희에 가득 차 울부짖는 괴물. 기쁨에 차 울부짖는다. 환희에 차 감탄한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마치 이런 의미로, 괴물은 포효하는 듯 하였다.

세상이 뒤흔들린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전신을 휘어감는 듯한 공포심에,

그 무엇도 저항하지 못 한다.

거부하지 못 한다.

순응하지도 못 한다.

그저... 덧없이 흔들리다. 다 함께 우르르 무너질 뿐.......


강렬한 생명의 기운이 흐르는 숲의 변두리에 있는 낡은 오두막의 안에는, 괴이할 정도로 모든 구조가 비틀려 있는 기형의 방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이상한, 당최 용도를 파악할 수 없는 물품들이 가득 널려 있는 방의 내부.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더더욱 이질적인 존재.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림자처럼 검은 옷을 입은 남자였다. 그의 존재는 주변의 빛마저 삼키는 듯한 짙은 어둠을 뿜어냈다. 그를 인식하려면 검은색만을 떠올릴뿐인, 얼굴조차 무색인 칠흑인.

케이.

3일 전 전해져 온 어느 한 소녀의 연통인 서편의 까끌한 종이를 쓸어 내렸다.

그리곤 그는 작게 연상한다.

곧 수도에서 이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오겠다 소식을 전한 소녀가, 그녀가 이곳을 떠났던 2년 전, 그 당시의 모습을 생각한다.

gray screen

어둠. 끝없는 어둠 속이었다. 그녀는 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오빠 현경의 절규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어딘가 포근한 공기가 코를 간질였다. 희미하게 눈을 떴을 때, 레나는 낯선 천장을 마주했다.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몸에는 깨끗한 옷이 입혀져 있었다.

"깨어났군."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방 안에는 검은 로브를 걸친 남자가 서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그의 존재감은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누... 누구세요? 여긴 어디죠? 오빠는요?"

아이는 다급하게 물었다. 마지막 기억 속 오빠의 모습이 떠올라 불안감이 엄습했다. 남자는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나는 케이. 여긴 내 거처다. 네 오빠... 현경이라고 했나? 그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았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같이 괴물에게..."

아이는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파르르 떨었다. 케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나다. '헬켈베로스'라는 키메라를 통해 너희 남매를 차원 이동시켰지.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공의 폭풍이 발생했다."

케이의 설명은 그녀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차원 이동? 키메라? 시공의 폭풍?

"시공의 폭풍 때문에 시간 괴리가 발생했다. 너는 예정보다 훨씬 빨리 이곳에 도착한 거다. 무려 6년이나."

"...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6년.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럼... 오빠는요?"

"네 오빠는 정상적인 시간대에 맞춰 도착할 것이다. 앞으로 6년 후에."

케이의 마지막 말은 아이에게 절망적인 선고와 같았다. 6년. 그 긴 시간 동안 오빠 없이 이 낯선 세계에서 혼자 있어야 한다는 사실. 그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이는 너무 어렸고 여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뜨거운 눈물이 쉴 새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작은 낡은 오두막의 작은 방 안에서, 그 작고 여린 아이는 힘없이 울음을 터트린다.

"오빠...... 오빠...... 오빠아아아......."

길을 잃은 어린 양의 슬픔. 그저 당연히 있을 곳을 잃은 아이는 정처 없이, 하릴없이, 계속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씩 아이의 머릿속에는 투명한 손이 그려졌다. 이따금씩 부드럽게 머리를 쓰담아주곤 했던, 얼어붙은 차디찬 아이의 손을 따듯하게 어루만져주던 그 손이, 아이의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으며, 끝없는 공포와 슬픔을 가져다 준다.

더욱 슬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이미지가 점점 아이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상상일 뿐인데, 그 모든 것이 사실인 마냥 꾸며지며, 아니, 그 모든 것이 실제 있을 수 있는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이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차갑고 냉정하고 매정한, 검은 남자 케이. 그는 지켜본다. 하나부터 열까지 연약한 모습 밖에는 찾아볼 수 없는,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일지도 모르는, 작고 여리게 생긴 한 아이를.

작은 방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아이를.

그는 하염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애초에 저 아이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그자에게 딸린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매개체의 협력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저 아이가 살아만 있다면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리본핀을 머리에 꽂고, 촌스러운 멜빵바지 입고 징징 다리를 휘적이며 방바닥을 더럽히는 그 여자아이.

우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맥없이 슬퍼만 하고 있는 그 아이의.

───고개를 붙잡아 살짝 올려 준다.

당황스러워 하는 아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며칠, 몇 달을 한결같이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그가, 생각지도 못하게 갑작스레 자신을 쓸어 준 듯싶었다.

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에, 아이의 머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생각의 무게에─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저울처럼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다.

비단, 당황스러운 마음이 든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 가, 순식간에 낯선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케이 스스로도 놀라 버렸다.

흠짓하며 거리를 벌리고 물러나... 몸을 돌리고 떠나려던 순간. 소녀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는다.

"......고, 고맙습니다! ......아저씨......."

그가 자신을 위로해준게 아닐까 추측하여 용기낸 소녀의 외침에 멈춰 선 그는, 고개를 반쯤 돌리며 말한다.

"인생의 무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 목을 단련해라. 그렇지 않으면 그 무게에 짓눌려 두번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 말을 그는 나직이 전했다.

그러고 나선 빠른 걸음으로 아이가 있는 방으로부터 벗어났다.

멀지 않은 시간이 흘러....

똑똑똑.

끼이이익.

얌전히 자신의 방에서 고찰하고 있던 그는, 제 방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한 존재를 맞이했다. 그의 허락 없이는 출입이 불허되는 위험한 공간. 하지만, 이 방에 들 수 있는 아이가 딱 하나 있다.

"여기엔 무슨 일이지?"

그 아이가 찾아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그녀는, 살며시 문을 열며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방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를 힘겹게 이어붙이며, 아이는 그에게 직접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제가 오빠를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몇 달 간,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

그것은 어리광쟁이일 뿐인 자신의 모습을 두 번 다시 자신의 자랑스런 오빠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결심한, 한 작고 여리기만 했던 아이의 굳은 의지의 발로였다.

"........"

그런 비장한 소녀의 물음에, 그는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한 아이의 인생을 단 한마디로 결정지어 버릴 수도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느낀 케이는, 지금 이 대답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너는 어찌하고 싶으냐."

그의 말에 잠시 우물쭈물 거리는 아이. 그녀는 쉽게는 답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생각이 없었다, 라는 그저 그런 이유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말하는 습관이 덜 성숙된 것이 이유다. 아직, 자랑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만큼 아이는 대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굳게 결심이 선 듯, 비록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자신의 온 힘까지 가득 실어담은 생각을 내뱉는다.

"저는... 그냥 이대로 오빠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오빠는 저 때문에 많은 걸 희생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힘을 내서 오빠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저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생각을 내뱉는다.

울먹울먹....

울먹이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린 누가 들어도 그렇게 기운차게 들리진 않았다.

하지만 케이는 납득했다. 그는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아이의 심정을, 평소의 사고를 머리속으로 계산해내었다. 그녀가 자신의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입장을 어디에 두고 항상 생각을 하고 사는지 말이다.

"그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아, 예......."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케이의 위압감에 잔뜩 움츠러든 아이는, 마치 더 작아지려는 듯 몸을 말고 답했다. 케이는 그에 개의치 않고 물었다.

"만약 네가 오라버니에게 보답할 수 있는 힘, 그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냐?"

"하, 할 거예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무엇을?"

"뭐든지요..."

케이의 묵직한 질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작아졌다.

"그렇다면, 만약 네가 오라버니를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할 거냐?"

"......."

그녀는 갑자기 주저앉아버렸다. 작은 어깨가 쉴 새 없이 들썩였다.

"흑... 흑......! 저, 저는, 정말 쓸모없는 아이에요...!"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끼는 그녀를 보며 케이는 무겁게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힘도 없고... 오빠를 도와줄 수도 없다니...!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잖아요! 흐흑!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오빠랑 같이 있을 수 있어요! 그냥... 그냥...! 이대로 오빠랑 다신 안 만나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흑! 그럼 오빠한테 방해될 일도 없고... 제가 없으면 오빠는 행복하게 살지도 몰라요! 흑, 흑흑흑흑...."

결국, 아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가여운 아이. 그 모습을 보며 케이는 생각했다.

이 소녀는 자신을 불필요한 존재라고 여기고, 오빠가 겪은 모든 어려움이 자신의 무력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생각하는 힘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흑흑... 오빠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어요. 오빠는 항상 저를 지키느라 힘들어해요. 제가 없으면 오빠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없으면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에요!"

그 대답으로 케이는 이해했다.

이 남매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지나치도록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것은 그에게도 좋지 못했다.

서로의 마음이 어떻든,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적절하지 않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관계라니. 결국엔 양쪽 모두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케이는 뜻을 가다듬었다. 어떤 것이 앞으로 자신에게도, 두 남매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이 정리되었다.

다소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것쯤은 이 관계를 망가뜨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시련은 오히려 받아들이고,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그런 확신이 선 그는 말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정말요?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그렇다."

"그게 뭔가요! 알려주세요! 저는... 이대로는 미안해서 오빠를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해요...! 그건...! 정말 싫어요!"

그녀는 케이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사랑하는 오빠는 자신 때문에 희생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은 그런 것도 잘 알지 못한 채로 무작정 그 희생의 대가를 무상으로 받아왔다. 이제는 자신이 무언가를, 자신의 오빠를 위해 해주어야 할 때라, 그녀는 절실히 생각했다.

설령 그것에 자신의 희생이 따를지라도...

염원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그것이 케이가 생각하는 두 남매의 문제점.

'한쪽이 계속 주기만 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어.'

그러니...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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